기계번역이 발전함에 따라 기계가 번역하고 인간이 교정하는 MTPE(Machine Translation Post Editing; 기계 번역 포스팅 에디팅) 작업 문의가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한국어로의 번역에 대해서도 MTPE가 시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독일 번역업체가 MTPE 문의를 해와서 MTPE 단가를 물어보았습니다.
MTPE(기계 번역 포스트 에디팅) 단가
저는 오랫동안 번역으로 밥벌이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2018년 초에 주 거래업체에서 번역 단가 인가 요구를 해와서 거부하면서 번역 물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후부터 번역일을 꾸준히 줄여왔고 몇 달 전에는 모든 거래업체에 당분간 번역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보냈습니다.
제가 번역을 그만 두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속적인 번역료 인하입니다. 특히 영한번역 단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떨어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조선족 번역가들이 유입되어 단가가 더욱 말이 안 되는 수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래의 글은 2년 전에 작성되었는데요. 한 해외 번역업체에서 책정한 한국어 번역료(영어 단어 기준)가 태국어, 힌디어, 헝가리어 등의 언어보다 낮았습니다.ㅠ
지난 금요일에 한 독일 번역업체로부터 MTPE 작업 문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아마 많은 번역가들이 이 메일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번역 분량이 157만 단어에 달하므로 여러 명의 번역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MTPE 단가를 물어보니 단어당 0.015달러라고 하네요.ㅠ
Rate for this MTPE task is USD 0.015/Word
Volume is totally dependent on your productivity. You can grab as much volume as you can.
보통 에디팅 단가는 번역료의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저는 에디팅 단가로 단어당 최소 0.035달러를 청구해왔습니다. 인간이 번역한 번역물을 검수하는 데 대한 비용입니다. 영한번역의 경우 기계번역(AI 번역)한 문서의 번역 퀄리티는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결과물보다 한참 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절한 MTPE 단가는 현재 수준보다 3배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본을 안 보고 기계번역된 문서만 보면서 눈에 띄는 문법적인 오류를 수정한다면 이 비용에 할 수 있을지 몰라고 고객사가 제시한 MTPE 단가는 낮아도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번역회사는 1) 번역(Translation) 2) 에디팅(Editing) 3) 프루프리딩(Proofreading) 과정(TEP라고 함)을 거치게 됩니다. Proofreading 단계에서는 번역문만 읽고 눈에 띄는 오류와 문법적인 오류 등을 수정합니다. 소규모 번역회사에서는 번역가가 번역한 문서를 회사 내부에서 한 번 읽어보고 고객사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마치며
요즘은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번역을 해보면 번역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번역은 노력에 비해 돈이 되지 않습니다. 번역회사에 다닐 적에 실력 있는 번역가들이 번역을 그만두고 이직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일이 잘 안 풀려서 다시 번역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번역할 수준의 영어나 외국어를 할 정도라면 다른 일을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번역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여 밥 먹고 살지... 걱정을 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일이 풀려서 지금은 번역을 할 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수입도 증가했습니다.
오래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번역회사 사장님이 한 번씩 연락하셔서 함께 번역을 해볼 의향이 없냐고 물어오십니다. 그때마다 정중히 사양하고 있습니다.ㅎ 번역 실력이 뛰어나다면 아직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번역일을 수주받고 싶은 경우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번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업체와 직거래하면 더 높은 번역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avada.tistory.com/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