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번역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워드프레스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Avada 2018. 1. 21. 18:17 • 댓글:

저는 번역을 시작한지 정확히 20년이 되었습니다. 20년 동안 번역이라는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약 10년은 번역회사에서 번역가와 리뷰어(검토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프리랜서 번역가로 나머지 10년을 살았습니다.

10년 전에는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업체의 테스트 번역에 지원하면 대부분 합격했습니다. 특히 구글에서 시행하는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그때가 실력이 가장 좋았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아직도 있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당시 유명한 다국적 로컬라이제이션 업체에서 구글의 의뢰를 받아 테스트 번역을 실시했던 것입니다. 그 업체와 조금 거래하다가 이후에 다른 업체에 인수되면서 관계가 끊겼습니다.

지난 해 후반기까지 거의 2~3년 동안 미국의 한 업체로부터 일을 꾸준히 받으면서 거의 쉬어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해 10월 이후부터 그 업체와 단가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지 시작했습니다.

2018년이 시작되자 마자 그 업체로부터 번역 단가를 대폭 인하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저는 단가 인하 요청을 거부했고, 대신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봐서 수정안이 거부된 것 같습니다.

최대 고객과의 관계가 끊기면서 번역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자라는 부분을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면서 생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을 받아오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번역계가 기계번역의 발전으로 요동치고 있고 일부 번역가들이 해외에서 단가를 덤핑치면서 단가가 하락 추세 같습니다.

물론 더 좋은 업체를 발굴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지금 6개 업체 정도하고 거래하고 있는데, 나머지 업체를 다 합쳐도 이 업체 하나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번역은 사실 언어를 활용하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그 동안 준비해온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와이프와도 상의했는데, 와이프가 더 좋아하네요.ㅎㅎ

봄이 되면 가까운 역에서 조그마한 사무실을 하나 얻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사무실을 얻자마자 곧바로 본 궤도로 오르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제법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20년 동안 국내외 업체들을 상대로 번역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사실 노하우라고까지 할 것도 없지만요.)

저는 번역을 시작할 때 6개월 정도 번역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당시 유명한 삼성번역이라는 학원이었는데, 유명하다는 것이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쪽으로 유명했습니다.

유명 일간지에 '초벌 번역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1~2장 정도 번역을 시킵니다. 그리고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원 수강을 하도록 유도하는 형태였습니다.

저는 당시 고시 공부 중이라서 잠시 쉬는 동안 아르바이트나 할까 하고 찾아갔습니다. 형편이 안 좋았던 시절이라 학원 수강은 꿈도 꾸지 못해서 힘들 것 같다고 하니 부원장(이 분은 나중에 잘 나가다가 표절 시비로 안 좋은 일을 겪게 됨)이 우선 학원 강의를 수강하고 나중에 번역하여 갚으라고 해서 번역 강의를 듣게 되면서 번역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 결정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은 별 굴곡 없이 흘러왔지만, 앞으로는 조금 험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번역을 오래하다 보니 이제 권태기가 온 듯 하고, 번역계도 외부 충격에 의해 재편되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참고로 번역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가 없습니다. 번역으로 돈을 벌려면 번역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프리랜서들에게 맡기는 에이전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번역가들은 순해서(?) 번역하는 일은 해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꺼려하지 않나 나름대로 추정해봅니다. (제가 아는 분은 중고 중장비 매매로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여기저기서 끊임 없이 전화가 오고, 대부분의 전화 내용이 살벌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그런 일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번역업계는 사실 예전부터 포화상태였습니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승산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로 특수 언어로의 번역을 중개하는 것입니다. 다음 글을 참고해보세요.

그리고 블로그를 만들어서 번역과 해당 언어에 대한 글을 꾸준히 작성하다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