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의 시대'. 최근 우리 사회의 특징을 잘 대변하는 표현 같다. 최근 학폭이 스포츠계를 휩쓸고 있다. 급기야 어제는 유명 축구선수의 성폭행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폭로의 시대
'폭로'는 상대방에게 가장 빠르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폭로'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또한, 대한민국 사회는 폭로에 곧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
어떤 유명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그 유명인은 의혹 제기와 동시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제 유명 축구선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두 명이고, 변호사까지 선임했으니 분명 사실일 것이다라는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여기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 반전이 일어날 것도 같다.
나는 해당 선수가 실제로 성폭력 가해자인지 여부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수사기관에서 밝혀내면 되는 것이다. 다만, 폭로와 그러한 폭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반응에 대해 말하고 싶다.
참고로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수사기관보다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알'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표방하지만 예능 다큐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먼저 알 것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모두 사실은 아니다. 변호사는 돈을 받고 의뢰인을 '변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의뢰인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여부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살인자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이고, 억울한 피해자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2000년 전 대제사장과 장로들이 더둘로라는 변호사(성경에는 '변사'라고 표현되어 있고 NIV 성경에는 lawyer로 번역되어 있음)를 대동하여 사도 바울을 총독에게 고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일까?
또한, 두 명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사실이다고 많이 주장하지만, 이 또한 선입견일 뿐이다. 오죽하면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까지 있겠는가?
근거 없는 말도 여럿이 하면 곧이듣게 됨.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 시호(市虎).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하여 공격하는 것에 대하여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껴고 보면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물론 잘못을 저지런 것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나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이다영-이재영 쌍둥이 배구선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에 대하여 중국에서 '한국은 참 무서운 나라'라고 보도한 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 자매를 두둔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다만, 최근의 학폭 의혹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 정상적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의혹이 제기되면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 가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먹잇감이 만신창이가 되어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것을 보아야 속이 후련해지는 것일까? 그런 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이 글을 작성한 후에 폭로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폭로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계 없이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측에서 증거를 공개할 수 있다는 식의 늬앙스로 발표문을 내자, 상대방이 증거를 내놓으라면서 자비 없는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에 맞서 피해자 변호사도 모든 증거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가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악플러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악플러들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 같다. 어떤 조치를 취해도 비난할 것이다. 당장 고소를 해야지 왜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느냐고 비난하고 있는데, 고소를 하면 또 고소했다고 비난할 것이다.
아마 증거는 피해자들의 일관성 있는 증언이 주가 될 것 같다. 오래 전 사건이라 물적 증거는 없을 것이 분명해보인다. 그리고 통화 내역을 공개하겠지만, 피해자라 주장하는 선수들이 오히려 과거 가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현재 상황으로서는 피해자가 오히려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일관된 증언이 있으면 증거로 채택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성폭행과 관련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지고 실제로 증거 없이 억울한(?) 가해자로 몰려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21년 3월 2일: 모든 증거를 공개하여 판을 키우겠다던 피해자 변호사는 결국 말을 바꾸어 소송을 걸어오면 법정에서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피해자측이 신뢰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걸어달라는 것이 피해자측 전략인 것 같다. 이 소송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그동안 신문 지상에 계속 보도된다면 지속적으로 명예훼손을 당할 수밖에 없다. 소송에서 이겨도 얻는 것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측에서는 그런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억울하더라도 빨리 일을 매듭지어 더 이상 대중들의 입에 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소송을 걸면 소송을 제기한 측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한다. 피해자 측에서 소송을 걸면 피해자 측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이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측에서 소송을 걸면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입증책임이 생기는 것 같다. 한 국회의원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소송을 걸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두고 '세상에 처음 보는 신박하기 이를 데 없는 희한한 제안'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