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OCN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다 본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어제 전체를 보고 감독(정진영)의 의도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사라진 시간' -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나'
영화 '사라진 시간'은 2020년 6월에 개봉한 영화로,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어떤 마을에 갔다가 하룻밤 새 형사에서 '선생'으로 바뀐 형구('조진웅' 역)가 자신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은 "Me and Me"로 감독은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나'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 '초희'('이선빈' 역)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형구가 알고 있던 자신의 전화번호가 '초희'의 과거 전화번호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화에서 2년 전에 전화번호를 바꾸었고, 그 전화번호를 형구가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지점에서 (순전히 저의 뇌피셜로는) '초희'는 형구를 대변하는 인물 즉 분신으로 묘사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초희'를 통해 감독은 형구의 상황을 설명하고, 본질인 나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와 '타인이 알고 있는 나' 사이에는 분명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일까요?
조금 더 이야기를 발전시키자면 현재의 '나'는 본질의 '나'와 일치하는가? 감독은 철학적인 면에서 접근했을 수 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측면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에는 다양한 상징적인 장치가 등장하여 다르게 해석을 할 여지를 열어놓은 것 같습니다. 가령, 문을 잠그고 그 열쇠를 마을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는 장면에서 저는 '타인(마을 사람들)이 규정하는 나'에 순응하는 것으로, 문을 잠그지 말도록 거부하는 것은 타인에 의해 규정된 나를 거부하는 행위로 이해되었습니다. 이러한 상징적인 요소 때문에 영화가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avada.tistory.com/2347
https://avada.tistory.com/2315